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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 '시인의 사랑' 中 "나는 울지 않으리(Ich grolle nicht)" : 역경을 대하는 어떤 태도.

 흔히 '루저'라고 하는 사람들에 대한 내 생각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루저임을 결정하는 것은 실패 여부가 아니라 실패를 대하는 자세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넘어질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 사실 루저에 대한 내 태도는 한때 지나치게 엄격하고 가혹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언젠가 내게도, 아침에 눈뜨는 순간이 원망스럽고 침대 옆 창가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이 저주스러운 그런 때가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러고나니, 사람이란 본시 아주 약한 존재이고 집채만한 파도를 만나면 그 순간엔 다시 일어날 기운을 완전히 잃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기는 했다. 별거 아닌 타격이라도 여러 번 겪다보면, 다시 일어나기 구챠나 질 수도 있다는 것도. 공감하게 되기는 했다.

 라주미힌님이 기획으로 포스팅하고 계시는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는 무척 아름다운 가곡이지만, 그것을 끝까지 들어낸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착한 그는 자학하고,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여러 모로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이라고 노래한다. 우리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음악들 중 몇 곡을 만들어낸 슈베르트. 아마도 정말 아름답고 순수한 영혼을 갖고 살다 갔을꺼라 생각되는 슈베르트의 처지와 심정이 저랬다고 생각하면,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우리들은 진심으로 고통스러워지는 것이다. 그 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다면, 맹세코 난 내 저금을 모두 찾아서 그에게 줬을 것이다.
 그러나 절대로 남자로 사귀지는 않았을 것 같다. 어릴 때 나는 모차르트나 베토벤 등을 보면서, 내가 저 위대하고 불행한 음악가들의 부인이 되어 돌봐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웃기는 생각을 종종 했었지만, 슈베르트의 부인이 되고 싶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반면 슈만은 절대로 자학하지 않는다. 상황을 탓하지도 않고. 청승도 떨지 않는다. 다만 그는 화를 낸다. 그리고 차라리 타인들을 욕하고 비방한다. 그 의연한 자존심과 기개!는 정말 장난이 아니다. 그러나 그 안에 숨겨진 한없이 여린..시적인 낭만. 그런 면에서 이 곡은 '크라이슬레리아나'와 함께 가장 슈만답다고 느껴지는 곡이기도 하다. 가사 1, 가사 2

 우리는 그가 그처럼 의연하고 강하게 굴다가, 아무도 모르게 연약했던 속은 곪아 버리고 종국에는 부러져버리고 만 것을 알고 있다. 현실 세계에서는 어디에서도 한 번도 환영받지 못하고, 늘 부인인 클라라보다 모자라다는 평가를 받다갔던 그. 곁에 있었다면, 참 견디기 힘든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비범한 태도에는, 왠지 고개를 숙이게 되는 위엄이 깃들어 있다.
 
 지금은 남편이 된 그이와 '바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내가 다른 남자를 마음에 담게 되면 어떻게 할꺼냐 물은 적이 있었다. 맑은 눈을 가진 그가, 급-정색을 하고 노기를 띤 목소리로 '다 죽여버릴꺼야.' 라고 말했을 때, 그 과격함에 놀라기는 했지만 다시 한 번 완전히 반했었다. 이렇게 남자다운 사람에게 죽음을 당하는 거라면, 죽어도 좋아. (이것은 카르멘에 나오는 대사이기도 하다.) 클라라도 슈만의 이런 면에 반한 거 아니었을까. 그의 사후, 건실하고 수줍은 브람스에게 마음을 줄 수 없었던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2005/12/29, 2009/06/04)



by nina | 2009/06/04 20:20 | 음악 이야기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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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onocell at 2009/06/04 23:27
그런 면에서 이 곡에 관한 한 분덜리히의 녹음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다른 이들은 대개 이 노래를 느리고 무겁게 불렀지만, 빠른 템포와 맑은 목소리가 합쳐져서 꼿꼿함이 물씬 풍기니까요. 근성가이 슈만의 분위기라고나 할까요. ^^
Commented by nina at 2009/06/05 14:10
와, Exactly !!!!!!!!!!!! 완전동감이에요~ !
"의연함"도 의연함이지만 그만의 "맑음"이 없었으면, 이런 매력적인 분위기는 안 됐을꺼에요.

그런데 그런 면에서, 분덜리히 특유의 '맑음'은 뒤에 나오는 슈베르트의 노래와도 정말 멋지게 어울립니다.
An Silvia 같은 트랙은 저의 favorite 성악곡들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Commented at 2009/06/05 12:0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nina at 2009/06/05 14:11
^^ 감사는 제가 드릴 일입니다.
Commented by KS at 2009/07/10 01:15
결국 위너가 좋다는건감? ^^
불행했지만 슈만도 위너이긴 했다. 사랑도 쟁취했고.일쪽으로도 뭐랄까 리더의 기상이 있었지..
Commented by nina at 2009/07/10 17:33
네 동의합니다. 사람들이 좀 기피했다뿐이지..^^

음, 굳이 말하자면,
인간적으로는 루저의 감성에 더 끌리는데요..
여자로서는 위너의 태도에 더 끌리는 것이 사실인 거는 같아요~

ps. 오랜만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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